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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독교 도서 서평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서평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8. 4. 23:54

제목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원제 : Economics The user's Guide)

저자 : 장하준

서평

(1) 저는 일단 이 책을 높이 삽니다. 한국에서 배우는 경제학보다 경제학 전반에 걸쳐 더 폭넓게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해 주기 때문에 경제현상의 실제에 대해 더 참된 견해를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가 보통 대학에서 배운 경제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국식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심지어 이준구 교수님의 책조차도 미국식 경제학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또 단순히 경제 현상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만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사(史)나 경제학 방법론 같이, 경제학을 한다고 할 때 보통 빼놓는 부분들까지도 다뤄줍니다. 그래서 이 책을 성실하게 따라갈 경우 경제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 그런데 이 책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마치 대중 서적인 것처럼 광고되고 있지만 대중 서적이 아닙니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경제학 '강의'입니다. 학문적인 이야기들이라는 말입니다. 이 책을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여기저기서 얘기한다는 이유로 이 책을 사서 보시면 실망할 것입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물론 기존의 경제학을 어느 정도 익히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막연하나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분들이라면 약간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대학에서 경제학 수업시간에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장에서 장하준 교수가 자신이 이렇게 지루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은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그것은 이 정도 수준을 알면 우리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의 말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제가 User's Guide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좀 어려워 보여도 자전거 타기나 수영하기 처럼, 좀 하다 보면 우리가 주체적으로 경제학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3) 그리고 이 책은 출판사의 광고와는 달리, 경제 초심자는 읽을 수 없는 책입니다. 이점이 가장 중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경제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거나, 경제학 초보자인 사람은 이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can not). 거의 이해가 안 되거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읽을 것입니다. 출판사가 이런 식으로 부정직하게 마케팅을 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이 책의 뒷표지에는 뻔뻔스럽게도 '경제입문서'라는 추천평을 달고 있습니다.


(4) 또 이 책은 '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경제'라고 하면 막연히 돈 돌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경제학은 (장하준 교수가 이 책의 366쪽 첫째 줄에서 탁월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를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입니다. 통치자의 입장에서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고, 돈을 더 잘 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물론 이 책은 '경제'와 '경제학'의 관계에 대해 처음부터 설명을 하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입니다.


(5) 마지막으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자극을 받았는데, 이 책이 본래 영어로 쓰여졌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장하준 씨가 영어로 쓴 것을 김희정 씨가 우리말로 번역해서 출간한 것입니다. 물론 장하준 씨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교수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장하준 씨가 이 정도 수준의 내용을 영어로 써낼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천한 저의 영어실력과는 그야말로 '클라스'가 다르다는 것을 계속 눈으로 확인해야 해서 좀 괴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