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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독교 도서 서평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서평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8. 4. 23:52

제목 :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원제 : Why people die by suicide?)

저자 : 토머스 조이너(Thomas Joiner)

서평

(1) '자살에 관한 종래의 이론들을 종합한 종합이론서'라는 이 책에 대한 평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자살에 관한 철학적 논의들은 다루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이유들에 의해 사람들이 죽고 싶어하는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싶어하는지, 또는 죽고 싶어하는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 정도로 퍼져있는지 같은 주제는 다루지 않습니다. 또 왜 자살을 하면 안 되는가, 우리는 타인이 자살하려는 것을 왜 막아야 하는가, 자살은 그것을 하는 사람에게 손해인가 하는 것도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rather) 이 책은 어떤 요건들이 갖추어 졌을 때 사람들은 자살 행위를 실행에 옮기는가(What cause suicide?)에 대한 연구서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하려는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이 점에 관한 종래의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도 그것들을 모두 포괄해내는 이론을 제시하려 합니다. 자살의 발생빈도, 동시다발적 자살 전염현상 그리고 연령, 성별, 인종, 생물신경 지표, 정신장애, 약물 남용, 충동성, 어린시절의 불행과 자살의 연관관계에 관한 통계들을 아우르는 이론을 제시하려 합니다.

 

(3) 저자가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잘 나가던 기업의 임원이었고, 회사에서도 가족관계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말 한마디 없이 자살을 했기 때문입니다. 자살에 대한 통념이나 종래의 이론들로는 아버지가 자살한 이유를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4) 저자의 주장은, ①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강도로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다치게 할 능력이 있고(자해능력) ② 죽음을 바랄 때(자살욕망) 사람들이 자살행위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때의 자살욕망은, ⅰ) 스스로가 주변 사람들에게 짐에 되고 있다는 느낌(자신을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함)과 ⅱ) 또 자신이 특별하게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 없다는 느낌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어야만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이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 행위를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더러, 이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자기를 해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5) 주장은 이렇게 간단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러한 주장을,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엄밀성을 갖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입증하는 부분이 길어져서 양이 많은 것입니다. 논문으로 써 놓은 것을 살짝 고쳐서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자는 활발하게 연구 논문을 쏟아내고 있는 대학 교수입니다. 비전공자들을 주된 예상독자로 삼아 쓴 책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비전공자들에게도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단행본으로 발간한 듯 합니다. 만일 비전공자들을 주된 예상독자로 설정했었더라면,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생략해도 되었을 것입니다.

 

(6) 연구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계속해서 독립변수, 종속변수, 실험군, 대조군 같은 용어들이 사용됩니다. 논문 수준의 글입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전문용어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읽기가 버거울 수 있습니다. 강학상의 용어들은 일상에서의 쉬운 개념들도 일반화, 추상화해서 어렵게 표현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전공자로서는,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고 나면 '이렇게 쉬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어렵게 표현하고 있는 거지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7) 자살에 관한 모든 이론과 사례들을 이렇게 간단한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해석을 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말이 안되지는 않지만 이 이론으로 설명하려면 긴 부연설명이 필요한 것들도 몇개 있습니다. 논증과 반박이 궁색한 부분도 있습니다.

 

(8) 흥미로웠던 것은 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살을 기도하는 수는 약 세 배나 많지만, 그 결과로 실제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네 배나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자살 성공률은 남자가 12배나 높은 것입니다.) 물론 저자는 이것을 자해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수도없이 많지만, 실제로는 바늘 끝으로 자신의 피부를 살짝 찌를 능력조차 없어서 죽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② 또 어떤 경로로 다른 사람에 비해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해능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③ 그리고 사람들은 아름다움 앞에서 죽음을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은 그랜드 캐니언의 풍광에 압도되어 진지하게 "나 지금 여기서 이대로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④ 네 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들이 죽음 그 자체에 대해서도 매혹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고 ⑤ 그리고 다섯 번째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자해행위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물론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반복된 자해행위의 결과로 자살행위의 한 요건인 더 강한 자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게 됩니다).

 

(9) 그리고 이 책에 좀 멋있는 표현이 하나 나옵니다. "설령 틀릴지라도, 사건들을 순전한 우연으로 귀결시키는 것보다는, 무어라도 이론이 있는 것이 낫다. 우연을 내세우는 설명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하지만, 이론은 우리를 확증이나 배제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칼 메닝거(Karl Menninger)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10) 저자는 볼테르의 표현을 이렇게 바꾸어서 글을 마무리 합니다. "자살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효능감과 유대감이라는 면에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만이, 생존 본능이라는 자연 최강의 본능을 뛰어 넘을 수 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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