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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상식적 실재론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5. 16. 02:24
 18세기와 19세기의 복음주의자 대부분은 신앙을 철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상식적 실재론(Common Sense realism)을 활용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의 지성계 전반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 철학이었다. … 심지어는 토마스 제퍼슨처럼 (성경에 나오는 초자연적 요소를 모두 부인하는) 이신론자들조차 받아들였다. … 상식적 실재론은 19세기 미국의 공식철학으로 불려왔다.
  … 미국 역사의 이러한 측면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할 때는 데카르트, 칸트, 헤겔 같은 위대한 유럽의 사상가들에 관해 읽었다. 그러나 미국을 한 세기 이상 지배했던 그 철학에 대해서는 읽은 적이 없다. 이는 놀랄 만한 실책이며, 미국 역사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메워야 할 간극이다. … 상식적 실재론은 스코틀랜드 철학자 토마스 리드(Thomas Reid)가 스코틀랜드인 동료 데이비드 흄의 급진적인 회의주의에 대응하여 만든 철학이었다. … 리드의 제안에 따르면, 회의주의를 피하려면 어떤 지식이 자명한(self evident)지 인식하는 것, 다시 말해 인간 본성의 조건으로 인해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이 부과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발견한 지식은 아무도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할 수 없는 즉각적인 경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무도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무도 물질세계가 실재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우리 모두는 길을 건널 때 길 양편을 살핀다). … 누구든 이런 기본적인 사실들을 부정하면, 우리는 그가 미쳤다고 하거나 철학자라고 부른다.
  … 상식적 실재론의 핵심 주장은, 이처럼 부인할 수 없거나 자명한 경험적 진리들을 확고한 토대로 삼아 지식의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 토마스 리드는, 모든 지식은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인간의 지성이 본래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통과 쾌락에 대한 내적 인식,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의식, 물리적 세계의 실재에 대한 본능적 믿음 같은 것들은 철학적 정당화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런 것들은 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작동하도록 우리의 본성과 체질에 강제로 부과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 상식은 철학, 과학, 도덕 등의 분야에서 이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공급하는 선(先) 이론적 경험이다. 철학의 역할은,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경험적 지식은 또한 오류를 밝히는 시금석 역할을 한다. 철학자들이 상식의 자명한 진리에 어긋나는 추상적 체계를 꾸밀 경우,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결국 철학의 목적은 우리가 직접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지, 그것을 부인하거나 반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낸시 R. 피어시,『완전한 진리』,pp.546 ~ 549, 573 ~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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