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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선악 판단 기준의 세 가지 구성 요소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11. 17. 14:29

  인간을 편대를 지어 항해하는 선단(船團)에 비유하면 이 점이 더 명확히 이해될 것입니다. 항해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배들이 충돌하지 말아야 하며, 각자의 항로를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로, 각각의 배들은 항해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양호한 엔진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사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만약 배들이 서로 충돌을 거듭한다면 머잖아 항해에 적합한 조건을 상실할 것입니다. 반면에 각 배의 조타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배들은 충돌을 면할 도리가 없겠지요. 또는 인류를 어떤 곡을 연주하는 악단에 비유해도 좋겠습니다. 연주가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즉 각 연주자들의 악기가 잘 조율되어 있어야 하며, 각각의 악기는 다른 악기들과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정확한 순간에 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고려하지 않은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이 선단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가, 이 악단들이 전부 잘 조율되어 있고 정확한 순간에 소리를 냈다 해도, 춤곡을 연주해야 할 상황에서 장송곡을 연주했다면, 그 연주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 선단이 아무리 순조롭게 항해했다 해도 뉴욕에 가야 할 배들이 캘커타에 도착했다면, 그 항해는 실패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도덕은 세 가지 사항과 관련이 있습니다. 첫번째, 도덕은 각 개인이 서로 공평하게 처신하며 조화를 이루는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두번째, 각 개인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정돈 또는 조화시키는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세번째, 인류의 삶 전체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목적, 즉 인간은 무엇을 위해 창조되었는가, 선단이 가야 할 경로는 무엇인가, 악단 지휘자가 연주하려는 곡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현대인들이 거의 언제나 첫번째 사항만 생각할 뿐, 나머지 두 가지 사항은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아니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오로지 첫번째 사항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옆 배와 충돌하지만 않으면 자기 배의 내부 상태야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C. 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pp.12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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