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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유물론의 역사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5. 16. 02:21
  실제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철학적 입장은, 서구문화가 동틀 무렵에 등장한 헬라 철학자들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발견할 수 있다. 
  … 사실, 이미 옛날에 에피쿠로스는 유물론에 기초한 하나의 완전한 세계관을 그려 냈다. … 이런 생각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당시 고대 세계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헬레니즘 시대가 지나가고 다시 한번 고전사상(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이 철학계를 휩쓸었는데, 그 추종자들은 에피쿠로스의 유물론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들의 주장은, 만일 세계가 정말 원자들의 우연한 배열로 구성되어 있다면, 지식은 불가능하리라는 것이었다. 감각을 통해 우리 정신에 유입되는 끊임없는 인상의 흐름은, 그 어떤 이성적 패턴으로도 정돈할 수 없으며, 순전히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의 무의미한 산발작용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이유는, 실재(實在)가 무작위한 원자들의 흐름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패턴으로 정돈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를 형상(Forms) 또는 이데아(Ideas)라고 불렀다. 생물체는 원자들의 우연한 병합에 의해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형상으로 정돈된 물질로 구성되는데, 이를 라틴어로 종(species)이라 한다.

  더 나아가, 고전 철학자들은 이런 이성적 질서에 목적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즉 어떤 목표나 목적(텔로스)에 의해 지도된다는 말이다. 도토리가 자라 떡갈나무가 되거나 달걀이 닭이 될 때, 그 발전과정은 그 안에 담긴 계획이나 목적에 따라 지도를 받아 펼쳐지는 과정으로 보았다. 최종적인 목표나 형상은 완전히 자란 나무 혹은 다 자란 암탉이다.  고전사상에 따르면, 이와 같은 목적론적 추론이 도덕에도 적용된다. 도덕은 에피쿠로스 학파의 주장처럼 감각(고통과 쾌락)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선과 정의 같은 초월적인 형상에 기초해 있다. 

  … 고대의 지적 세계는, 기독교가 무대에 등장하기까지는 이처럼 경쟁적인 세계관들이 서로 싸우는 전쟁터였다. 초기 기독교 사상가들은 당시 진행되던 논쟁에서 어느 편이 옳은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연합해서 에피쿠로스의 유물론을 강하게 공격했다. … 이해 가능한 형상이란 개념은 "하나님의 마음 속 생각", 곧 세계를 창조할 때 그분의 계획 또는 설계로 재해석되었다. 그결과 일종의 기독교화된 고전주의가 탄생하여 고대 후반에서 중세 전체와 그 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지배적인 철학적 입장이 되었다. 반면에 에피쿠로스주의는 거의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후 과학혁명이 동틀 무렵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근대 초기의 과학자들 가운데 일부가 새로운 자연철학을 정립하려고 애쓰던 중,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을 조심스럽게 재고하기 시작했다. 

  … 다윈은 이해가능한 형상 (형상이 라틴어로 종(種)임을 상기하라) 개념을 던져 버리고, 자연에는 종이라는 것이 없으며, 오직 계속해서 변하는 개체들의 흐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종이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화의 변화가 너무 더디기 때문인데, 이는 마치 지구 표현의 곡선이 너무 완만해서 지구가 평평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윈의 책제목이 「종의 기원」이라고 붙여진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의 목적은 사실 종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만일 자연 속에 종이나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덕이나 형이상학 어디에도 진 · 선· 미 같은 영원한 이상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 듀이는 '철학에 끼친 다윈의 영향'이란 유명한 글에서, 우리는 이해 가능한 형상에 의거해 사물을 설명하려는 고전적인 헬라식 접근법을 버리고 유전적이고 실험적인 지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낸시 R. 피어시,『완전한 진리』, pp.717 ~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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