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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127) 판례 평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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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127) 판례 평석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20. 10. 10. 09:23

순전히 법리적 관점에서 평석을 하면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셋(4:3:2)으로 갈렸는데, 그 결과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4명의 재판관들의 의견이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심판대상 조항이 된 형법 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 조항과, 형법 제270조 제1항의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2021년 1월 1일까지 입법개선시한을 두었다. 이들이 결론적으로 문제삼았던 것은, 위 두 조항이 ① 임신기간에 관계 없이 일률적인 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 ②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낙태의 원인은  임신한 여성의 사회적 · 경제적 상황 때문인데,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동 규정들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커다란 논리전개상의 문제가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윤리적, 철학적 논의가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 결정은 결론적으로 위 규정들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로 한정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결정 이유의 목차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으로 구성한다.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부분에서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판시하는데 여기까지는 훌륭하다. 문제는, 그렇다면 ① 침해의 최소성 부분에서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보다 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였어야 하고, ② 법익의 균형성 부분에서는 낙태를 형사처벌함으로써 보호되는 태아의 생명과 제한되게 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비교형량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였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마치, '이제는 기간 별로 나눠서 임신초기는 좀 낙태를 허용해야 할 것 같다'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을 정해 놓고, 그것을 위해 헌법재판권이라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 4명 재판관의 의견이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이 되었으니, 2021년 1월 1일까지 ① 임신기간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고, ② 사회적 · 경제적 요인을 이유로 하는 면책사유가 추가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