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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

사회계약설과 그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11. 24. 10:55
토마스 홉스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정치질서의 궁극적 기초라고 주장했다. … 개개인이 자기 방어권 같은 특정한 권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그것을 시민 당국에 양도한다면 더 유쾌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결정하는 시점에서 국가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 같은 권리의 양도를 계약이라 하며, 홉스에게는 이것이 모든 도덕적 의무의 기초가 된다.
  … 존 로크도 이와 비슷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차이점은 사회질서의 궁극적 기초를 굶주림이라고 본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먹을 권리이며, 죽음의 위협은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굶주림에서 온다. 개인들은 먹을 것으 찾거나 스스로 재배하기 위해 노동하다 보면 사유재산을 창출하게 되는데, 자기 재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과 사회계약을 맺게 된다.
  … 루소는 시민사회의 유래를 "자기애" 혹은 자기보존이라는 자연적인 본능에서 찾았다.
  결국 사회계약론자들 모두 정치질서의 궁극적 기초를 순전히 세속적인 데 둔 셈이다. 그들은 종교에서 유래한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보존이라는 자연스런 생물학적 본능에서 시민사회의 토대를 찾았다. 정치적 정통성의 유일한 근원은 바로 각기 고립된 자율적인 개인들의 합의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계약론은 인간 본성에 대해 전혀 비현실적인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연 상태라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원자론적 피조물은 독립적이고 충분히 성숙하며 자율적인 개인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 이론은 21세 성인 남성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고 기독인 정치이론가 폴 마샬은 논평한다. 물론 누구도 그런 모습으로 세상에 오지 않는다. 우리 각자는 가정과 복잡한 사회적 · 종교적 · 시민적 질서 가운데 의존적이고 무력한 아기로 태어나 인생을 시작한다. 오직 타인이 베푸는 사랑과 교제를 통해, 우리는 성숙하고 독립된 피조물로 자라게 된다. 버트런드 드 주버날이 평한 것 처럼, 사회계약론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어버린 것이 분명한, 자녀 없는 남자들의 견해다." 생물학과 역사는 둘 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 우리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사회계약론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연결고리는, 초월적인 도덕적 이상을 거부하고 생물학적 충동이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공통분모를 정치질서의 토대로 삼은 것이었다. [낸시 R. 피어시,『완전한 진리』, pp.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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