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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의 중요성

하나님앞에서진실함 2016. 5. 16. 02:33
  저는 교육받지 못한 잉글랜드 사람은 역사에 대해 거의 철저한 회의주의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가 사복음서를 믿지 않는다면 거기 나오는 기적들 때문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복음서를 믿지 않는 진짜 이유는 2천 년 전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악티움 전투에 대해 듣는다 해도 똑같이 믿지 않을 것입니다. … 그의 머릿 속에서는 현재가 시야를 거의 몽땅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분리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옛날 옛적'이라 불립니다. 그곳은 말 탄 노상강도, 엘리자베스 여왕, 갑옷 입은 기사들이 어슬렁거리는 작고 우스운 정글입니다. 그런데 다시 그 옛날 옛적 너머에는 '원시인'이 있습니다. 그에게 원시인은 '과학'이지 '역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옛날 옛적보다 원시인을 훨씬 더 실제적으로 느낍니다. 선사시대의 내용을 역사 기록보다 훨씬 더 잘 믿는다는 말이지요.
  … 그는 고대 문서들을 불신합니다(그의 지식 수준에서는 대단히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 "이 기록들은 인쇄술 이전에 기록된 것들이지요? 그리고 원본은 단 한 장도 없구요. 그렇죠? 그러니까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적었고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베껴 썼고 또 다른 사람이 다시 그것을 베껴 쓰고 그런 과정이 계속된 거 아닙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까지 왔다는 건데, 그것이 원본과 같을 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다루기 까다로운 반론입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서 당장 본문비평학을 통째로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제가 볼 때 이것은 배운 사람들과 배우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가장 큰 틈입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현재를 그것을 낳은 이전의 수세기와 연결하여 길게 보는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형성된 습관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깊이 있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이런 균형 감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 믿을 만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이런 회의주의는 선사인(先史人)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안다는 확신과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사인은 '과학'(신뢰할 만하다는 뜻이지요)으로 분류되는 반면, 나폴레옹이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역사'(신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동굴인' 이라는 사이비 과학의 그림과 '현재'의 그림이 비식자층의 상상력을 거의 다 채우고 있으며, 그 중간에 놓인 흐릿하고 중요하지 않은 지대에는 로마 병정, 역마차, 해적, 갑옷 입은 기사, 말 탄 노상 강도 등의 허깨비들이 갈피를 못 잡고 돌아다닙니다. [C. S. 루이스,『피고석의 하나님』, pp.115 ~ 116, 323 ~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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